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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단고기, 역사인가 위서인가
  • 기사등록 2025-12-17 19: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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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해진 기자.(사)동서화합미래연합회(총재), 시사인사이트(발행인) 


『환단고기』를 둘러싼 논쟁은 수십 년간 반복돼 왔다. 그러나 이 논쟁의 본질은 한 권의 책이 진본이냐 위서냐를 가르는 단순한 문제에 있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우리가 민족의 기원을 어디까지 사유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존 통설을 넘어 질문할 자유를 허용할 수 있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한다.


『환단고기』는 한민족의 역사가 단군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기록한다. 배달국과 치우천왕의 존재, 47대에 이르는 왕조 서술, 가림토 문자와 같은 기록은 현재의 교과서적 역사 인식과는 큰 간극을 보인다. 이로 인해 『환단고기』는 오랫동안 학문적 논의의 대상이 되기보다 배제의 대상으로 취급돼 왔다.


그러나 최근 일부 연구자들은 『환단고기』에 기록된 천문 현상, 특히 오성취루에 주목하고 있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이 특정 시점에 일렬로 모였다는 기록이 현대 천문 계산과 일정 부분 부합한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이 기록을 전면 부정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곧바로 역사적 사실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무비판적 배제를 정당화할 근거가 되지도 않는다.


역사는 언제나 권력과 선택의 결과였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 것인가는 시대의 힘에 의해 결정돼 왔다. 신채호가 『조선상고사』에서 “역사는 민족의 혼”이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역사를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민족 정체성을 둘러싼 현재의 문제로 인식했다.


『환단고기』를 대하는 태도 역시 그러해야 한다. 무조건적인 신봉도, 선입견에 기반한 부정도 학문적 태도라 보기 어렵다. 필요한 것은 공개적 검증과 자유로운 토론이다. 논쟁 자체를 금기시하는 순간, 학문은 더 이상 진실을 향하지 않는다.


『환단고기』는 역사인가, 위서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검증의 과정 속에 있다. 중요한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할 권리를 유지하는 일이다. 역사를 두려워하는 사회는 결국 미래에 대한 사유 능력도 함께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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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2-17 19:3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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