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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는 왜 힘을 잃고 있는가 - 달러 약세가 말해주는 글로벌 자금 흐름의 변화
  • 기사등록 2025-12-14 09:00:03
  • 기사수정 2025-12-14 09: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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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화합미래연합회 장해진 총재.


  최근 외환시장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달러의 약세다. 달러 인덱스는 2025년 들어 100선을 하회하며 99대까지 내려왔다.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미국 경제에 대한 인식 변화와 글로벌 금융 질서의 재편 조짐을 동시에 반영하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미국 경제의 둔화가 달러 약세의 출발점이다. 제조업 지표는 확장 국면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고, 고용과 소비 역시 과거와 같은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최대 경제국이라는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에 대한 확신이 약해지면서 달러에 대한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무역 긴장과 관세 정책 리스크가 더해진다.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재부각되고,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이 거론될수록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 자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보호무역 강화는 세계 교역과 성장 전망을 동시에 위축시키며, 자금은 보다 안정적인 대체 통화로 이동하는 경향을 강화한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안전자산으로서 달러의 위상 변화다. 과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질수록 달러로 자금이 몰렸지만, 최근에는 엔화나 스위스 프랑 등 다른 통화가 더 강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달러가 여전히 핵심 통화이지만, 더 이상 ‘유일한’ 안전자산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달러 약세는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달러 가치 하락은 원자재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이고, 일부 신흥국 시장에는 자금 유입 여건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는다. 반면 각국 통화의 움직임은 제각각이다.


한국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 국면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구조적 요인과 대외 불확실성으로 약세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며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달러 흐름과 개별 국가 통화 가치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결국 달러 인덱스 하락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다. 미국 경제에 대한 기대 조정, 무역 질서의 변화, 안전자산 선호의 이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달러는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에 있지만, 그 절대적 위상은 점차 상대화되고 있다.


앞으로의 외환시장은 달러 일극 체제에서 벗어나 복수 통화가 역할을 나누는 구조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달러 약세는 그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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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5-12-1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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